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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절대평가제, 경쟁을 줄였을까

by gghday 2025. 5. 20.

2012년 전국 중학교에 도입된 성취평가제는 상대평가 대신 절대평가 방식으로 학생의 학업 성취 수준을 평가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과도한 경쟁을 줄이고 학습 부담을 완화하며, 학생 개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중심에 두겠다는 목적에서 출발하였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절대평가제가 실제로 경쟁을 줄이고 공교육의 질을 높였는지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성적이 아닌 성취로 평가받는 학교, 그 안에서 학생들은 과연 편안하고 의미 있는 배움을 이어가고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중학교 절대평가제의 취지와 현황, 현실적인 효과와 한계, 그리고 앞으로의 개선 방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중학교 절대평가제, 경쟁을 줄였을까
중학교 절대평가제, 경쟁을 줄였을까

 

1. 절대평가의 도입, 무엇을 기대했는가

 

중학교 절대평가제는 학생의 성적을 다른 학생과 비교하여 서열화하는 방식이 아닌, 학습 목표에 대한 도달 여부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기존 상대평가에서는 일정한 비율로 A, B, C 등급을 분포시키는 것이 원칙이었고, 이는 학생 간 점수 차가 크지 않더라도 서열이 매겨지는 구조였습니다. 반면 절대평가에서는 정해진 기준에 도달하면 모두 A를 받을 수 있으며, 학습이 부족할 경우 기준에 미달한 모든 학생이 C 이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경쟁을 줄이고 평가의 본질을 회복하는 수단으로 도입되었습니다.

정부와 교육 당국은 절대평가제를 통해 학생들이 타인과의 비교가 아닌 자기 주도적 학습을 경험하고, 결과보다 과정 중심의 교육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였습니다. 더불어 교사의 평가 자율성이 확대되고 수업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확대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학생은 자신의 약점을 파악하고 보완할 수 있는 피드백 중심의 학습을 이어가며, 교사는 정답 중심이 아닌 성장 중심의 수업을 설계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게 되는 구조였습니다.

또한 절대평가제는 학습 부진 학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필요한 보충 지도를 제공하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등급을 나누는 경쟁보다 학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교사는 학생의 학습 성과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개별 지원이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이는 학업격차 해소와 공교육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시도였습니다. 실제로 절대평가제 도입 초기에는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서 긍정적인 기대감이 적지 않았습니다.

절대평가제의 도입은 평가의 패러다임을 성적 중심에서 교육의 질 중심으로 바꾸는 시도였습니다. 점수 한두 개로 인생의 방향이 결정되는 과도한 경쟁의 교육 문화를 완화하고, 학생이 학교에서의 삶을 보다 안정적으로 영위하며 배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실험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제도가 과연 본래의 목적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2. 절대평가, 경쟁을 줄였는가

 

절대평가제의 가장 큰 기대효과는 학생 간의 경쟁을 줄이고 수업과 학습을 협력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제도가 교실 안의 경쟁 구조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우선 절대평가로 인한 성적 서열의 완전한 제거는 불가능합니다. 비록 등수는 없어졌지만, 중학교 내신 성적이 고등학교 입시에 반영되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는 여전히 A등급의 개수와 비율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이는 실질적으로는 또 다른 형태의 경쟁을 유발하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교육 특구나 고입 경쟁이 심화된 지역에서는 중학교 성취평가 결과가 고등학교 진학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절대평가가 오히려 더욱 촘촘하고 전략적인 성적 관리를 유도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성취수준을 다른 학생과 비교하고, A등급을 몇 개 받았는지, 학교 평균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확인하면서 경쟁 구도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습니다. 결국 학생들은 시험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며, 일부는 오히려 기준점수가 모호한 절대평가에서 더 큰 불안을 느끼기도 합니다.

교사 입장에서도 절대평가는 새로운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상대평가에서는 성적 분포에 따라 자동적으로 등급이 정해졌지만, 절대평가에서는 각 문항의 성취기준을 명확히 하고, 학생별로 피드백을 제공하며, 평가 결과에 대한 설득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는 교사의 평가 역량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며, 공정성 논란으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입니다. 또한 절대평가가 지닌 애매한 기준과 평가의 불균형은 학교 간 성적 비교를 어렵게 만들며, 이는 고입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학생 간 비교는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학교 간 비교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같은 A등급이라 하더라도 학교마다 평가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중학교의 성취수준이 더 높게 인정받는 사례가 존재합니다. 이로 인해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특정 중학교를 선호하거나, 성적 관리가 용이한 학교로의 전학을 고려하는 움직임도 관찰됩니다. 절대평가제의 근본 취지인 경쟁 완화가 실제 현장에서는 부분적으로만 작동하고 있으며, 제도 자체는 여전히 기존의 성적 중심 문화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3. 절대평가의 의미를 살리기 위한 조건

 

절대평가제가 본래 취지를 살려 경쟁을 완화하고 학생의 성장을 중심에 둔 교육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우선 평가의 명확성과 신뢰도를 높여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학교마다 평가 기준이 상이하고, 교사 간 평가 수준 차이가 존재하며, 학생과 학부모의 평가 결과에 대한 이해도 역시 낮은 편이었습니다. 성취기준의 명확한 제시와 평가 설계의 공공성 확보, 교사의 평가 전문성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연수가 절실합니다.

평가 결과에 대한 피드백 구조도 개선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A 또는 B로 등급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영역에서 성취가 이루어졌고 어떤 부분이 보완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평가 문화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학생은 자신의 학습 상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교사는 맞춤형 지도를 통해 학생의 성장을 도울 수 있습니다. 절대평가가 단순한 등급 제공이 아닌 학습과정의 일부로 작동해야 한다는 원칙이 실현되어야 합니다.

또한 학교 간 평가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지원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단위 학교 수준에서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운영하는 구조는 학교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정성과 신뢰를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교육청 단위의 평가 컨설팅, 평가 예시안 제공, 교사 간 협의체 운영 등을 통해 기준의 일관성을 높이고 교육과정 중심의 평가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절대평가제를 유지하면서도 고입 제도와의 연계 구조를 정비해야 합니다. 중학교 내신이 고등학교 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한, 경쟁은 피할 수 없습니다. 절대평가가 실질적으로 기능하려면 고입 전형에서도 다양한 전형 요소가 균형 있게 반영되어야 하며, 학생의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입시가 개선되어야 합니다. 평가가 단지 줄 세우기가 아닌 성장의 촉진제가 되도록 하는 것이 절대평가제의 진정한 의미입니다.

 

중학교 절대평가제는 분명 교육의 방향을 성적 중심에서 성장 중심으로 옮기기 위한 의미 있는 시도였습니다. 그러나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은 지금, 현실에서의 경쟁은 여전히 존재하며,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가 절대평가를 온전히 수용하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평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며, 나아가 고입 제도와의 연계를 재구조화하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결국 교육의 본질은 학생이 자신의 속도와 방식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있으며, 절대평가제가 그러한 교육 철학을 실현하는 제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