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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채용 확대 정책, 현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by gghday 2025. 5. 23.

정부는 청년 고용 문제 해결과 학력 중심 사회 구조 개선을 위해 고졸 채용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고졸자도 능력에 따라 채용하고 성장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취지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반응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학교와 기업, 그리고 청년 당사자들은 이 정책을 어떻게 체감하고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고졸 채용 확대 정책의 현황과 취지, 현장에서의 반응, 그리고 향후 과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고졸 채용 확대 정책, 현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고졸 채용 확대 정책, 현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1. 고졸 채용 확대 정책의 추진 배경과 내용

 

고졸 채용 확대 정책은 학력보다는 능력 중심의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부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대졸 인력의 과잉공급과 고학력 실업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정부는 고졸자의 사회 진입 기회를 확대하고 직업계고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고졸 채용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일정 비율 이상의 고졸 채용을 의무화하고, 채용형 인턴제도와 현장실습 확대, 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 채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고졸 채용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단순한 채용 확대에 그치지 않고 직업계고 교육과정과도 연계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를 중심으로 기업 맞춤형 교육과정이 운영되며, 졸업과 동시에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청년내일채움공제와 같은 장기근속 유도 장치도 마련되어 있어 기업이 고졸 인재를 안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고졸 취업을 '차선책'이 아닌 '선택 가능한 경로'로 전환시키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책이 추구하는 목표와 실제 현장 적용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합니다. 고졸 채용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수치가 전체 청년 고용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낮고,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국한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채용 이후의 직무 내용이나 승진 구조, 임금 체계 등에서의 차별 문제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이는 고졸 취업에 대한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책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기반 구축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2. 현장에서의 반응, 기대와 현실 사이

 

현장에서의 반응은 학교, 기업, 학생 모두에게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먼저 직업계고 학교의 입장에서는 고졸 채용 확대 정책이 학생들의 진로 다변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과거보다 취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일부 기업에서는 채용 전형을 단독으로 운영하면서 직업계고 학생에게 맞춤형 전형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학교에서는 취업 지원 전담 부서를 운영하고 진로상담을 강화하는 등 학생들의 현장 진출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인식은 여전히 복잡합니다. 고졸 취업에 대해 여전히 '대학 진학 실패'라는 사회적 인식이 남아 있고, 가족이나 교사조차도 대입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존재합니다. 이는 정책이 의도하는 '진로의 다원화'가 현실에서 쉽게 작동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또한 취업을 선택한 학생들도 안정적인 직장을 찾기보다는 경력을 쌓아 대학에 진학하거나 더 나은 일자리를 찾기 위한 중간 단계로 취업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고졸 채용이 일시적 선택으로 머무르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줍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고졸 채용은 기회이자 부담입니다. 일부 기업은 젊고 유연한 고졸 인재를 선호하며, 직무교육을 통해 장기적 인재로 육성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무에서 마주하는 문제도 적지 않습니다. 고졸 신입 직원에게 어떤 업무를 맡기고 어떻게 성장 경로를 설계해줄 것인지에 대한 체계가 부족하며, 관리자나 팀원들의 편견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에서는 인사관리 체계가 미비한 경우가 많아 고졸 채용이 안정적인 고용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기업 내부의 조직문화 개선과 인식 전환이 함께 이루어져야 고졸 채용 정책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현장의 어려움을 반영하여 채용 이후의 관리 지원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장실습 운영지침 개정, 산업체 파견교사 확대, 고졸 인재 전용 취업박람회 개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과 기업은 실질적인 도움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채용 이후의 경력 설계와 직무 적응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으며, 이는 고졸 채용이 단순한 숫자 채우기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3. 지속 가능한 고졸 채용을 위한 조건

 

고졸 채용 확대 정책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사회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째는 직업계고의 교육과정 혁신입니다. 산업 변화에 발맞춘 실무 중심 교육과정과 기업 현장에 바로 적용 가능한 직무 능력 중심 훈련이 확대되어야 하며, 학교와 기업 간 커리큘럼 공동 개발과 피드백 시스템도 구축되어야 합니다. 현재 일부 마이스터고와 선도 특성화고에서는 이러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전국적인 확산을 위해서는 정책적 인센티브와 제도적 뒷받침이 더 필요합니다.

둘째는 고졸 채용 인프라의 질적 개선입니다. 단순히 채용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채용 이후의 승진 기회, 직무 이동, 복지 제공 등에서 대졸자와의 차별이 없도록 조직 문화를 개선해야 합니다. 고졸 직원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 기회와 커리어 패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장기 근속과 인재 육성은 어려우며, 이는 결국 기업에도 불리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따라서 기업은 단기적 비용을 넘어 인적자본 투자 관점에서 고졸 채용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는 사회적 인식 전환입니다. 고졸 취업이 단지 대입 실패의 대안이 아니라, 한 사람의 경력 설계를 위한 정당한 선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미디어, 교육기관, 정부가 함께 나서야 합니다. 특히 부모 세대와 교사들의 인식이 변화하지 않으면 학생들은 여전히 대학 진학을 우선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진로 교육과 상담에서도 진학과 취업을 병렬적으로 안내하고, 성공적인 고졸 취업 사례를 발굴하여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 가능성이 중요합니다. 정권에 따라 정책 기조가 자주 변경되면 학교나 기업 모두 혼란을 겪게 되며, 이는 고졸 채용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졸 채용 확대 정책은 단기 성과에 급급하기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인재 양성과 고용 구조 개편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룰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교육계, 산업계가 협력하는 중장기 로드맵 수립이 필요합니다.

 

고졸 채용 확대 정책은 단순히 고등학교 졸업자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고용구조와 학력 중심 문화를 재편하기 위한 중요한 시도입니다. 그러나 정책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학교, 기업, 학생 모두의 신뢰와 준비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일관된 정책 추진과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고졸 채용이 진정한 선택지로 자리 잡기 위해, 우리는 이제 숫자보다 구조를, 구호보다 현장을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