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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회복지원금, 학습 결손을 메우는 데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가

by gghday 2025. 5. 24.

코로나19 팬데믹은 교육 현장에 전례 없는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장기화된 원격수업과 학습 공백은 학생들의 학력 격차와 정서적 불균형을 심화시켰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는 교육회복지원금 정책을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취지는 분명합니다. 학생 개개인의 학습 결손을 보완하고 공교육의 회복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지원이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과연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점검이 필요합니다.

 

교육회복지원금, 학습 결손을 메우는 데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가
교육회복지원금, 학습 결손을 메우는 데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가

1. 교육회복지원금의 도입 배경과 운영 방식

 

교육회복지원금은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결손 문제를 해결하고, 학교 교육 정상화를 촉진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 정책입니다.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 사업은 전국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학생 수, 지역 여건, 교육 결손 수준 등을 고려해 차등 지원되었으며, 학교는 이 예산을 바탕으로 보충학습 프로그램, 정서지원 활동, 교원 연수, 학습 멘토링 등 다양한 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특히 학교 재량을 확대하여 지역 특성에 맞는 운영이 가능하도록 유연한 구조를 갖춘 것이 특징입니다.

이 지원금은 단지 학습 지체를 따라잡는 데 그치지 않고, 정서적 안정과 관계 회복까지 고려한 포괄적 개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학교에서는 방과후 학습, 맞춤형 클리닉, 진단평가 결과에 따른 개별화 수업, 심리 상담과 회복 프로그램, 예술 활동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온라인 튜터링, 교사-학생 1:1 피드백 활동, 지역사회 연계 진로 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교육회복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예산 집행의 자율성이 확대된 만큼 학교 현장의 창의적 접근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교육회복지원금이 각 학교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립니다. 일부 학교에서는 예산 확보와 동시에 교사들의 자발적 기획과 참여로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나, 다른 일부에서는 단기적인 실적 중심 운영으로 흐르거나 예산 집행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특히 담당 인력 부족, 프로그램 기획 역량의 차이, 행정 처리의 부담 등은 학교 현장에 실질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예산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효과적인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2. 현장 체감 효과와 교육 회복의 간극

 

교육회복지원금이 현장에서 체감되는 효과는 학교의 여건과 구성원들의 인식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교육지원청과 학교가 긴밀히 협력하여 중장기 프로그램을 설계한 곳에서는 학생들의 학습 태도 변화나 참여도 개선, 정서적 안정 등의 긍정적 반응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특히 정서 불안과 학교 부적응 문제를 겪던 학생들이 예술치유 프로그램이나 또래상담 활동을 통해 교우 관계를 회복하거나, 진단검사를 통해 학습에 대한 흥미를 다시 갖게 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학교가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산 집행 기간이 짧고 사용 지침이 자주 바뀌는 경우, 교사들은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학교 현장의 행정적 여력 부족은 회복지원금 운영의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일부 교사들은 프로그램 운영보다 예산 사용 보고서 작성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는 본래의 교육 목적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반응 역시 다양합니다. 학습 결손이 크거나 자기 주도성이 낮은 학생일수록 보충 프로그램의 참여를 꺼리는 경향이 있으며, 방과후나 주말에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피로도와 학업 스트레스 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존재합니다. 특히 중고등학생의 경우, 시험 성적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활동은 외면하거나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자발적인 참여와 지속적인 동기를 유도하는 체계가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결국 교육회복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지 자원을 투입하는 것 이상으로, 학생의 실제 욕구와 참여 동기를 고려한 정교한 기획이 필요합니다.

이외에도 학교 간 편차 문제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교육회복지원금은 기본적으로 학교의 자율 운영을 전제로 하지만, 기획력과 인프라가 부족한 학교에서는 유사 프로그램을 반복하거나 단기 실적 중심의 활동으로 예산을 소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같은 예산을 받고도 학교 간 효과가 크게 차이나는 원인이 되며, 교육격차 해소라는 정책의 본래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예산의 단순 배분을 넘어서 실행 역량에 대한 지원과 지역 맞춤형 컨설팅이 병행되어야 실질적인 회복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3.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과제

 

교육회복지원금이 단기 처방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회복 전략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정책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학교 현장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균형 있게 보장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자율성 확대에 중점을 두었지만, 일정한 기준과 방향 제시 없이 전적으로 학교에 맡기게 되면 실행력 차이로 인해 효과 편차가 불가피합니다. 교육청 차원에서 프로그램 운영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기획 및 평가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를 체계화하며, 학교 간 컨설팅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현장의 실행력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는 평가 체계의 정교화입니다. 교육회복의 효과는 단기적인 성적 향상이나 프로그램 참여율로는 충분히 측정되기 어렵습니다. 정서 회복, 학습 동기 변화, 자존감 증진 등은 보다 장기적이고 질적 평가를 통해 접근해야 하며, 이를 위한 다양한 평가도구와 피드백 체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 과정 중심의 변화를 공유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질 때, 교육회복지원금은 단순한 예산 사업이 아니라 교육적 성장을 유도하는 매개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는 학생 참여 중심의 설계입니다. 기존 프로그램들이 공급자 중심, 즉 교사나 행정 담당자의 기획에 치중되어 있었다면, 앞으로는 학생이 직접 자신의 학습결손을 인식하고 회복 경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한 개인 맞춤형 학습 로드맵, 학생 주도 프로젝트, 멘토링 중심의 학습공동체 구성이 필요합니다. 학생이 수동적 참여자가 아니라 회복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구조 전환이 실효성 제고의 핵심입니다.

마지막으로는 교육회복이라는 개념의 확장이 필요합니다. 학습 결손은 단지 지식의 부족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관계 단절, 정서 불안, 미래 불확실성 등 다양한 요소와 결합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교육회복은 수업 중심의 보충 수업뿐 아니라 생활 교육, 진로 교육, 심리 상담, 문화 예술 활동 등 전인적 회복이 통합적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다부처 협업과 지역사회 자원 연계가 제도적으로 지원되어야 합니다. 교육은 단지 배움의 연속이 아니라 삶의 회복이라는 점에서, 회복지원금은 그 전환점이 되어야 합니다.

 

교육회복지원금은 코로나19 이후 교육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투자입니다. 그 취지와 목표는 분명하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단순한 자금 투입이 아니라 정교한 기획과 실행, 체계적인 평가와 피드백, 그리고 학생 중심의 접근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이제는 교육 회복이 예산 사업으로 끝나지 않고, 공교육의 신뢰를 회복하고 미래 역량을 키우는 장기적 교육 정책으로 자리 잡기 위한 실질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